“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서평 -김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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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서평 -김순진

강태민 시인의 시집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도서출판 그림과책) 서평

시인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소박함과 진실함에 빠져든다.
 그는 가식을 모르고 오직 성실함과 진실로만 세상을 헤쳐 나온 시인이
다. 그에 대한 끊임없는 난관은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고, 크게 만들었
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인생이 너무 평탄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반문이다.
 흔히 문학을 허구라 말한다. 문학을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언어의 조합이
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강태민 시인의 문학은 미사여구도 허
구도 아닌 그가 지금까지 순탄하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느끼
고 본 것을 옮겨 적은 ‘벼랑에 핀 꽃의 언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어
쨌든 그의 문학은 체험을 모체로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기에 그의 시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인 언어들을 사용하면서도 그 깊이가 절
절한 시들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기원(紀元)을 앞과 뒤로 거슬러 적는 시간

핏빛 풀뿌리는 땅 아래 두고 있고

애절한 그리움 평화 가락은

아수라 시기하며 하늘 아래 풍요하다. 
「강개 우미인(慷慨 虞美人)」일부





小金剛 冠岳은 말없이 푸르고

幽谷靈泉 한 우물 옥인 듯 맑으며

내림천 물 떨구는 소리

발 아래 놓인 도읍 世俗을 떠났구나 
「관악 필경 연주암(冠岳必景 戀主庵)」일부



 시인은 감히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당시(唐詩) 320수를 번역하여 세
상에 내 놓아 주목을 받았고, 자신의 논리와 다르다면 나라에서 ‘내 놓
으라’하는 한자 교육 실무자들과의 논쟁도 불사하는 참 지식인이다. 그
의 한학적 성향에서 비롯한 시로 그는「강개 우미인」이란 시를 통하여
의롭지 못한 세상을 한탄하며 근심하는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출하고 있
는 것이다. 또한 시인은 「관악필경 연주암」이란 시를 지어 서울의 대표
적 명산인 관악산에 올라 연주암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흥을 노래하였는
데, 이미 이 시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관악산 연주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로 알려져 있다.




의기도 없어지고 의무도 없어졌다

의리는 뒷전이고 간교함이 우선이니

스스로 저 잘났다고 잘난 것들 싸운다 
「간쟁의멸(奸爭議滅)」전문




이 시조는 시인의 한학에 대한 경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다. 시인은
현대시 뿐만이 아닌 시조나 한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다양
한 시적 접근은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워야 할 실험적이고
개척적인 것으로 단순한 서정시, 사랑시 형태를 넘어서, 공부하는 시인이
되어야만 큰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제목이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간사한 것들이 서로 싸우는 시국을 개탄하며 의로움이 점점 사
라지고 있음을 개탄한다.





‘혼탁한 세상 바라만 보다

고운 얼굴 놓쳤다’라는

어느 노(老 ) 시인의 말에

찡해져 오는 내 가슴

찡꽃이 피었습니다 
「찡꽃이 피었습니다」일부




이 시 또한 시인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혼탁한 세상을  바라보며 개탄하
는 참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난 시라 할 수 있다.




생리는 또 다른 사랑을 찾게 하지만

생혈(生血)을 쏟는 사람은

창백한 폐인으로 죽어갑니다




이별에게 남자는 곧

생살을 찢는

생혈 덩어리기 때문입니다. 
「이별이란 생혈(生血)」일부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인의 이별은 다르다. 그냥 아파하고 고
통스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살을 찢는 생혈 덩어리라 말한다. 그러니
시인이 이별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자학하
여 시로 형상화 했겠는가?




내 심장에 뜨거운 피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너였기에

나, 너에게 복종하기 위하여

긴 칼 인연검 손에 쥐고

오늘

널 찾아 나선다.
「널 찾아 나서리라」일부




작가는  이별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별을 받아들
이고 순응하면서 그 이별로 자신을 승화해 나간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인연검’이란 인간과 인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무딘 칼을 손에 쥐
고 ‘널’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 ‘너’라는 것은 곧, ‘나’일 수 있
다. ‘나’를 찾을 때 ‘너’를 찾을 수 있고, ‘나’를 사랑할 때 ‘사
랑’이 찾아오는 것 아닌가.




정신에 담아진

아름다운 깨우침 다 어디가고

육신에 껍데기로 사는

나는 하루살이...   
「하루살이」일부




산다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끊임없이 채워 넣어야하는 욕구에서 더 맛
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로 발전하고, 사글세에서 전세, 그리고 작은
집에서 좀 더 큰 집으로 옮기려는 욕구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 원초적
욕구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삶
이 내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을 때, 정신마저 무너져 내림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껍데기로 살아감을 개탄하며 자신을 하루살이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젠 누구의 말이 옳단 말인가요

붉은 잎 탐스런 모습

아름답다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일부




  스스로는 꽃인 줄 모르고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
다. 나 스스로 꽃이라고 말할 이유도 없고, 꽃이라 자랑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꽃이지만 벼랑에 피었던지, 두엄 위에 피었던지, 꽃으로서의 임
무만 다하면 그뿐이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발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면
그만일 뿐이지, 누가 알아주느냐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이
런 정신은 누가 보던, 말던 스스로가 정의롭게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
다. 이 작가의 정신이 얼마나 숭고한가?




나 홀로 술잔 기울인다고

술꾼이라고 말하지도 말아라

내 빈 술잔에

아무도, 무엇 따르는 이 없는 걸 너희가 아느냐 (중략)




허기진 공복에 잔을 씻고 씻으며

미지의 시간을 위로해주려는 그런 마음이단 말이다
「내가 술을 마시는 건」 일부




홀로 술을 마시며 시를 쓴다. 홀로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빈 잔에 아무
도 따르는 이 없고 아무것도 따를 것 없음을 슬퍼한다. 그러나 단순히 아
무도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채우지
못했기에 허기진 思考의 공복에 잔을 씻고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시간을
위로해 주려 하는 것이다. 그가 마시려는 ‘술’은 술이 아니라 思考와
學文의 침전물인 것이다.




황산벌 평원 위 찢어지는 가락은

계백의 오천결사

풀잎에 떨어지는 소리이고

외세의 나졸 앞에 풍요의 존망은

하늘에 이미 정해진 바 없었다 
 「계백」일부




어느 날 고층 건물을 짓는 상판 위에

긴 ‘빠루’들고 내가 섰다




투구와 같은 안전모에 안전화를 신고 그리고 긴 ‘빠루’를 들고

발 아래 놓인 세상을 바라보았다                         
    「시, 계백을 쓰며」일부




시인은 생활 속에서 시를 쓴다.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고층건물에 안전모
와 안전화, 그리고 긴 빠루를 들고 서 있는 자신이 마치 계백이 된 것 같
은 착각 속에서 전장에 나가 외적을 무찌르는 것만이 장군이 아님을 생각
한다. 지금의 장군은 어쩌면 산업현장에 나가 완전무장하고 큰 빌딩을 지
어내는 경제 장군이 아니던가. 그러기에 요즘의 계백장군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장군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시인을 “가슴에 쌓인 언어들을 떨어내는 일의 직업”이라고 말한
다. 그러면서 “털어내고 싶은 언어는 끝도 없는데, 절대 절명의 한 마디
로 가장 매력있는 철학적 눈물을 소상히 흘려야 하는 외로움”에 감싸인
다고 말한다. 가슴에 쌓인 언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친 세상을 헤
쳐 왔다는 것이고 우리들에게 감명을 줄 언어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손’을 잡아 드릴 줄 아는 자식
이요, 밤늦게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따끔하니 ‘집에 들어가라’고 야단
칠 줄 아는 아버지이기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그런 지고지순한 우리
의 이웃, 우리의 친구, 강태민 시인이 시집을 냈다니 내가 시집을 낸 것
처럼 반갑다. 이를 기점으로 문단의 큰 산맥이 생기리라 믿으며 서평에
가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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