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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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정세일 0 1663
사랑하는 이여
이때쯤 가을처럼 아침이면
단하나 남아있는 마음이
싸리재로 소풍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네요.
비가 올세라
풀잎사이에 숨겨 놓았던
아침 해의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슬며시  소나무 숲속에
어설프게라도 내려놓으면
서리꽃처럼 멍이 들면서
살포시 바라보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으로
언제나 저 만치 돌아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긴 듯 흠흠
그냥 혼자서 먼저 바라보는 아침 소풍은
그렇게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이네요.
당신의 마음처럼 말에요
그래서 좋은 날에요
오늘 같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서로 닮은 오누이 자매처럼
꽃잎 하나에도
서로 얼굴을 닮아있어
시월 에 싸리 꽃의  보라색 꽃잎들은
어머니의 다듬잇돌  끝에
방망이로 두들겨 멍들어 버린 보라색입니다
입술조차 파리하도록
그렇게 나비들의 파닥거리는  날개소리 때문에
오호라 깜작 놀랄세라
마음속에 달콤함을 여닫는 지갑을
얼른 다시 꺼내어 봅니다.
은행나무 잎으로
노란 도시락 을 만들고
아침이슬만을 모아서
허리에다 단단히 붙들어 매면 다시
가을날에 그리움 속으로 내 마음을 소풍 보내려고요
가을날 개미처럼
작은 언덕을 넘어서
멀리 보이는 저 싸리재의 끝 강선대의
당신의 마음이 다 보이는
바위 끝까지 기어서 가는 가을 단 하루의 여행이
당신의 가슴속으로 다시 시작이 됩니다.
가을의 벌써 찻아온 나뭇잎들의 웃음 속에서도 말에요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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