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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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정세일 0 1973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다시 그리움 속으로 걸어간 하루입니다
벌써 둑옆을 지나면
쑥들도 작은 알갱이를 만들었습니다.
가을의 문턱입니다
여름 비옷을 벗어버린
나팔꽃의 노랫소리
분홍빛 나팔소리를 들으며
가시가 달린  풀잎들도 언덕을 지나
잠시는 쉬고 있는 듯 합니다
얼마나 쉴틈없이 달려왔던가?
그래도 기차역은 보이지 않습니다
민들레의 기적 소리를 들을수 있는
꽃들의 나뭇잎 역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잠시는 쉼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고요한것이  나의 마음 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사랑 하는 마음 하나로
때로는 처음사랑이 걸어오는 것처럼
숨이 멈출 것 같은
그 아련함과 떨림으로
단 한번의  숨을 쉬고
마음이 백리는 먼저 달려 갈 수 있는
안개 너머로 산을 넘는 것처럼 달려가 봅니다
봄에도 그리고 여름 장맛비에도
아름다움 하나만을 그리움이라 생각하고
당신의 걸어오시는
개울가 옆에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처음 사랑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모래로 성을 쌓고
금모래와 은모래로
고운 달빛만을 기다리는
그 빛나는  경이로움에
늘 반딧불처럼 마음을 빛내본 날은
나 혼자서만 헤아려 봅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그 그리움에
그렇게 풀잎처럼
다시 여름은 가리라고
말해 봅니다
그 뜨거웠던 분 냄과 소스라침과
미움이 들이침과  창문이 흔들리는 폭풍 같은
태풍이 부는 날들처럼
그러나 흔들림이 없는 그리움의 그곳에서
다시 처음 사랑을 기다리는 그곳에서
다시 그리움으로 서있고 싶습니다
오늘
당신의 처음 사랑처럼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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