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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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정세일 0 3626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지난여름이 길었듯이
손으로 만져보는
이 가을이 이토록 짧아져 버린 것을 다시 후회해 봅니다.
한 뼘의 손으로 재어보기도 전에
그리웠던 수많은 생각이 날아와
출렁이는 가지위에 앉아
햇빛의 찬란함 같이
눈이 부시도록 비쳐오고 있습니다.
마음 숲속에 작은 샛길마다
행복함이 왠지 알 수 없는
눈물방울처럼 비칠 때에
나의 마음을 비워
향기로움을 넣어둘수 있는 곳에서
당신의 가을을 다시 뒤돌아봅니다.
당신의 가을
당신이 보내주신 가을
이제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흠칫 놀래는 아무도 없는 지독한 외로움에
산 중턱에 가을의 울타리처럼 서있는 은행나무 하나
그리운 날 외로움에는
작은 창문을 열고
바라보기만 해도
당신의 가을호흡처럼
그 뜨거운 나뭇잎들의 숨 가쁨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여름을 지나 한달음에 낙엽처럼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 놓아두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그래서 마음이 짧아진 사이에는 언제나
두 손을 모으고 당신에게 기도합니다.
그리운 날에는 언제나
꿈 길 에서라도
별들의 이슬방울을 모을 수 있는
이 가을처럼 기도하는 손을 가지게 해달라고 말에요
그리움을 사랑하고 그리움을 물들이고
그리움을 실에 매여서
꼼꼼히 노랗게 당신의 가을을
벌써 가까이에 와있는 겨울 솜이불처럼 누빌 수 있게 해달라고 말에요
이른 겨울 찬바람이 먼저 찾아온
까만 눈동자로 바라보는
너구리의 굴속에서도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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