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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170511)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채영선님께서 보내신 편지를 읽고 계십니다.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170511)   
사슴이 만든 길을 보셨나요?

    카나디안 파인트리와 울타리나무 사이에 작은 길이 있는 걸 몰랐습니다.
    겨우 한뼘의 길은 길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길은 길이었지요.
    작은 아기 사슴이 놀란 얼굴로 혼자 뛰어들어온 날 현관 유리문 안에서 본 것이 기억납니다.
    맞아, 저 길로 나왔었지. 그때는 길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작은 제비꽃이 비를 맞고 키가 크고 보라 빛 꽃을 몽울몽울 달고 있는 잡초가 키가 커진 연 후에야
    길은 길처럼 보였습니다. 잡초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제초제를 사가지고 무거운 걸 들고 다니며 엄지와 검지가
    뻐근하도록 연신 누르며 온 정원을 헤집고 다니다가 작은 사슴의 길을 만났지요.

    사슴의 길에 서니 사슴이 된 듯합니다. 날렵하게 상큼 다가오는 사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귀여운 녀석들이 우아하게 움직이는 걸 본 장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겨울 밤입니다. 마음씨 고운 옆뒷집 부부가
    눈 밭에 뿌려놓은 노르스름한 가루를 먹으며 하얀 달빛 아래 서 있던 사슴은 마치 동물 중에 공주나 왕자 같았지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천천히 목을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커튼을 살그머니 여몄습니다.
    꽃 모종을 심으며 지나가는 오월입니다. 봄비에 자란자란한 참나물을 뜯으러 뒷뜰로 나갑니다. 몰라볼 때는 자라지도
    않더니 알아주니 마구 자라는 나물들이 기특합니다.

    나물을 뜯다가 허리를 펴며 주위를 돌아보는 데 사슴의 길이 그곳에 또 있습니다. 수북하게 자라난 잡초 사이에 또렸한
    흙길이 면구스럽다는 듯 몸을 사립니다.
    그리로 들어와서 이리로 가는 구나, 너희들...
   
    사람도 다니는 길로만 다니는데 사슴도 다니는 길로만 다니나봅니다. 사슴의 길이 있고 새앙쥐의 길이 있고
    달팽이의 길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알아서 각기 자기의 길을 갑니다. 오면 가는 것이 당연하듯
    오는 길이 있고 가는 길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그런 것입니다.
    작은 벌새가 날아가는 길이 다르듯 참새가 앉는 자리가 다르듯 우리가 가는 길이 각기 다릅니다.
    주어진 길로 가다보면 그곳이 또 길이 되기도 합니다. 길은 다니다가 길이 되고 길이 있기에 가는 것이니까요.
   
      이왕이면 가장 존귀하고 확실하고 아름다운 길로 가고 싶습니다.
      길과 진리이신 우리 주님을 따라서 말입니다.
      사슴과 오늘 오후에 만난 벌새를 생각하며 작은 미소가 떠오르는 봄밤입니다...

17-05-12 12:09 ... from  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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