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얼서님, 첫눈이 왔네요 / 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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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얼서님, 첫눈이 왔네요 / 박얼서

박얼서 0 1381
박얼서님, 첫눈이 왔네요 / 박얼서

새벽녘이라 아직은 어두울 시간인데 어쩐지 창밖이 어렴풋이 밝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하얀 첫눈이 쌓이며 상서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서설(瑞雪)이라고 했나요.

첫눈은 첫눈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들 추억과 낭만과 설렘을 되새김질 시켜주는 영혼의 양식 같은, 고통의 치유력 같은, 위대한 마력을 지녔다는 신비주의에 잠시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월동대책도 없이 자연생태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야생 조수들에겐 설궁기(雪窮期)라는 혹한의 배고픔을 견뎌야 하는 고난의 시기가 될는지도 모릅니다.

이 즈음에, 이런 우편엽서 한 장쯤 받아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눈쌓인 장독대 새하얀 도화지 위에 검지 끝의 따스한 체온을 담아 적은 단 한 줄의 안부편지 "박얼서님, 첫눈이 왔네요"

이 한 줄 속에 담긴 여러가지 궁금증들을, 오랫동안 나누지 못해 가슴앓이처럼 쌓였던 서로의 그리움들을, 그때 그 따스한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아련한 눈빛들을 읽어 내립니다.

"어느덧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군요!!! 건강도 건필도 여전하시겠지요? 우리의 옛 이야기들 이젠 아예 잊고 사시는가 싶어 이름을 크게 한 번 불러 보았습니다. 머잖아 또 한해가 저물겠죠.." 

그럼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잊지 않고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환절기의 건강도,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미력하나마 엮어 내놓는 세상발(發) 어설픈 내 졸필들도.. 다들 그렇게 잘 있습니다.

첫눈에 반하던 그때도 번뜩할 정도의 순간이었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데도 단 1시간이면 충분했고, 오랜 우정까지도 큰 어려움 없이 지속되었지만, 그 누군가를 잊기 위해선 한평생이 걸린다는 게 맞나 봅니다.

그리움도 때로는 녹이 스는 건가 봅니다. 쉽게 잊을 수 없음에도, 그동안 무심코 살았습니다. 우둔하면서도 능동적이지 못한 저의 생활태도를 고백하면서 관용을 구합니다. 

첫눈의 기쁨과 함께 담아보낸 벗님의 마음 그 따스함 덕분이었는지, 오늘따라 강바람 추위도 잊은 채로, 눈 덮인 강변길을 평소보다 더 멀리까지 걸어 동적골 원당교를 다녀오는 내내 내겐 훈훈한 행복이었습니다. 

멀리서나마 벗님의 건강을 염원해 봅니다. 이루고자 하시는 노력마다 행복한 결실들로 넘쳐나시길 응원해 봅니다. 벗님의 소중한 애인이신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도 더불어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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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月)/李時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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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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