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꽃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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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핀 꽃 한송이

강영일 1 1699
하늘나라에 있는 예쁜 나의 딸에게                                       
                                                            - 못난 아빠
                                 
안녕! 아가 울고 있니? 네가 어릴 적 엄마손 잡고 다니던 광주의 청석공원에도 찾아가보았다, 비둘기와 즐겁게 놀던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구나. 오후엔 네가 학교를 마치고 늘 오던 매곡초 동네 수퍼 앞에도 가보았단다. 오랜만에 매일 오가던 중앙고 운동장에도 들러 차를 대놓고 너를 한참이나 기다렸단다. 기다리다 지쳐 핸드폰을 몇 번이나 울렸는데도 받지 않고 대답이 없어 발길을 돌리려는데 너와 가끔 대화를 나누던 등나무 벤치가 발목을 잡고 노아주지 않아 혼났단다.

사랑하는 내 딸 샛별아! 네가 어제 기숙사 통금에 걸려 못 들어 간 남가좌동 명지대 생활관 기숙사 방에도 너를 보러 찾아갔어. 네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은선이와 윤지, 춘자샘. 그리고 친구들 몇 명과 엄마, 아빠, 그리고 꿈에도 못 잊는 사랑하는 동생 은별이 이렇게 찾아갔어. 우리 모두 힘차게 불러보았지만 넌 대답이 없었어. 뮤지컬배우가 꿈인 너를 서초동 문화예술회관과 사당동 연습실 지하층근처와 우리 샛별이가 죽는 순간 있었던 그 곳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곳 지아언니의 3층 옥탑방도 찾아봤지만 넌 흔적 없이 사라졌어. 봄날 햇빛에 사라진 영롱한 이슬처럼 중앙고 시절부터 만화동아리를 좋아하지 않았니? 명지대 생활관 옆 그림패만화방동아리에도 찾아가서 불러보았지. 밤늦도록 이 곳 저 곳 찾아보았는데도 네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어제 밤에 내린 창밖의 궂은비만 슬프게 우리를 쳐다보았어.

아가! 사랑하는 내 딸 샛별아. 오늘도 아빠 숨 쉬지 못한 정도로 장난치며 아빠 배를 깔고 앉아봐 레슬링하듯. 화나면 째려보고, 깔깔거리며 웃어봐. 화났니? 너의 무표정한 모습은 싫단다. 이젠 네가 네 배위에 깔고 앉아있어도 왠지 한 점 티끌만큼도 무겁지 않단다.

아가! 오늘은 화장이 너무 짙어. 먼 길 간다고 입술화장까지 짙게 하고 얼굴은 그게 뭐야? 누가 보면 술집 아가씬 줄 알겠다. 냇물처럼 맑고 하늘처럼 넓은 마음의 네가 오늘은 좀 치장이 과했구나. 춘자샘! 보면 회초리감이다. 엄마가 곁에서 자꾸 뭐라고 하잖아? 그러나 아가! 걱정마 아빠는 화장 짙게 한 너의 모습 춘향이 보다도 더 예쁘단다. 마지막 먼 길 가는데 화장 예쁘게 하고 가야지 그치? 우리아가. 아가! 그런데 너무 어른 흉내 내지마. 어른들이 따라주는 성급한 막걸리 한 잔 두 잔이 술 못하는 너에겐 마약 같은 독약이야. 못 먹는 술을 어른들이 준다고 마구 받아 마시면 어떻게 해. 바보처럼. 시답잖은 어른들의 흉내놀이에 너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넜구나? 이 모두는 못난 아빠의 탓이란다. 어른들로부터 너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늘 용인 평온의 숲에서도 그래, 뜨거운 불가마에 철부지 아이처럼 겁 없이 들어가고 있는 너를 만류하지도 못하고 구할 생각도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돌아왔단다. 아가, 하늘나라에 가서도 못난 이 아빠 절대 용서하지 마라. 사랑하는 딸아!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니 잘 안 들리면 발이라도 움직여보고 여린 손이라도 앙증맞게 움직여 보거라. 아니 눈꺼풀이라도 껌벅여 보려무나 오늘은 아무런 말도 없고 움직임도 없구나. 못난 이 아빠에게 단단히 화가 났는가 보구나. 그래 이 아빠 용서하지 말거라.

오늘 C공원에 같다가 너만 혼자 떼어놓고 오려는데 발걸음이 무겁더구나. 울면서 네가 따라오려는 걸 겨우 달래서 떼어놓고 왔다만. 아가! 엄마, 아빠, 사랑하는 네 동생 은별이와 맛있는 것 만들어가지고 종종 놀려갈게. 그림패만화방 동아리 친구들과 뮤지컬 지망생들, 한국작가 동인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 은선이랑 예지, 수정이,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춘자샘, 지민샘, 지은샘 도 같이 갈꺼야.

그럼 샛별아. 기다려. 우리 보고 싶다고 너무 울지 말고 너 벌써 숙녀잖니! 그러면 이쁜 화장 지워지잖아........

                                                                                                                            -이천 애련정에서

    - 이 시는 <추도시>로서 2013년 11월 8일 새벽3:30분 사당동 옥탑방에서 불의의 사고로 * 꽃봉오리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죽은 제 딸 강샛별양(명지대 자율자율전공학부 1학년, 서울시민 뮤지컬단 배우, 한국작가로 수필가 등단)을 위한 추도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1 Comments
김도형 2013.12.07 09:43  
깊은애도를표합니다,  생과사가백지한장차이라지만 막상접하면 수천배만배의슬품이교차되지요, 삶이란 눈깜
작할순간이라지만 그사이에도 수없는슬픔들이쌓여있는
가봅니다, 남은가족분들과 더욱많은행복한삶을이어가시기바랍니다..

달(月)/李時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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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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