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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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사랑이야기

가을 0 2352
김영승의 사랑이야기  


2002년 2월 6일 수요일[문화일보]칼럼-[김영승의 사랑이야기]

 
<김영승의 사랑이야기>모형비행기대회의‘大破賞’


중학교 때 나는 만들기를 좋아했다. 나는 특히 모형비행기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 였던 미제 모형비행기는 정말 꿈속에서도 가져보고 싶은 장난감(?)이었다. R/C(무선조정) 비행기는 엄두도 못 내고 U/C(유선조정) 비행기 키트를 몇 달간 용돈을 아껴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구입 해 정성껏 조립을 했는데,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심혈을 기울여 조심조심 조립한 그 비행기는 대개 시험비행을 하거나 곡예비행 연습을 하거나 하다가 금방 추락, 박살나기 일쑤였다. 그러면 나는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며 또 돈을 모아 또 그 모형비행기 키트를 구입하곤 했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지는 몰라도 당시엔 항공대학이나 수색비행장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전국학생모형비행기대회가 있었다. 글라이더, U/C, R/C 그렇게 세 개 부문이 있었는데 나는 U/C 부문에 나가려고 거의 1년 전부터 준비를 하곤 했었다. 대회가 있는 날은 밤잠도 설치고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아침에 도시락을 싸 갖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또 버스를 갈아타고, 그리고 대회장에 도착해 그 중고 일제 엔야(ENYA) 엔진을 장착한 내 비행기를 어루만지며 가슴 설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나는 엔진을 보면 시동을 걸고 싶어진다…. 나는 황동규의 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처럼 아직도 정말 엔진을 보면 그렇게 시동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상, 문교부장관상, 최우수상, 장려상, 참가상 등 수상자가 호명되고 나서도 기다리는 상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상이 바로 대파상이라는 상이었다. 대파상은 멀리날기, 오래날기, 수평비행, 곡예비행 등 비행을 하다가 추락, 박살이 난 비행기한테 주어지는 상이었는데 정말 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박살이 난, 그것도 멋있게 박살이 난 비행기한테 그 상이 돌아갔다. 부상은 아마도 그 비행기의 키트를 다시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친구가 12억원인가 얼마를 부도를 내고 나를 찾아왔었다. 나는 그 대파상 얘기를 해주었는데, 중요한 것은 대파상은 분명 비행기를 어떻게든 잘 날려보려고 하다가 추락시킨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지 일부러 추락시켜 박살낸 사람한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생에 실패했거나 자기자신이 참 많이 망가졌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그 대파상을 주는 사람을 기억하라.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한 아름다운 소녀가 그런 동요를 부르고 있는 듯한 밤이다.

/김영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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