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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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같은 마음

[간장 같은 마음]

간장과 소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부분 다 알겠지만 내가 한 번 더 요약한다면, 간장은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장기간 발효시킨 것으로서, 소금을 콩과 함께 발효시킴으로써 소금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거기다 콩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깊고 향기로운 감칠맛까지 더해진 것이다.

요즘엔 소금의 과다섭취로 마치 소금이 몸에 해로운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예전엔 세상의 빛에 비견될 정도로,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과 자연계의 항상성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물질인데, 그러한 물질을 우리 조상들은 유기물과 함께 발효시켜 그 효능을 더욱 증대시켰던 것이다.

며칠 전 우리 어머니께서 낮에 우리가 출근하고 없을 때 집에 오셨다가 손자를 시켜 집에 있는 간장을 다 끌어모아 달이셨는데, 춥다고 문을 열어놓지 않고 가시는 바람에 한동안 집안에 장 냄새가 진동했었다. 집사람이 옛날 같으면 나한테라도 짜증을 좀 냈으련만 이젠 그러려니 하는지 아무 말 없이 환기를 시키고 초를 켜서 냄새를 없애는 것이었다.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신혼 초기에는 사소한 일로도 1년에 두어 번은 싸웠던 것 같은데, 이십 년이 넘어가니 이젠 싸울 일도 별로 없어지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발효되어 적절히 간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성격에 따라 자신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표현을 잘 못 하여 속으로 앓거나 삭이느라 고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도 사실 내 마음을 잘 표현 하지 못하는 편인데, 젊을 때는 섭섭한 일이나 부당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표출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웬만한 일은 그냥 넘기고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고, 즉시 반응하지 않아 발생한 오해도 결국은 풀리는 것이, 장독에서 잘 발효된 간장은 뚜껑을 닫아둬도 결국 그 풍미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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