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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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8 07:06
나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더 많이 세상을 알게 되고 더 지혜로워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이 아니었다. 젊을 때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던 그 똑똑하던 분들이 최근 많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 곱게 늙어간다는 것은 똑똑하다거나 지식이 많은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윗세대 어르신들은 형편상 학교를 가지 못했던 분들이 많고, 우리 주위에는 평범하지만 아주 다양한 어른들이 계시는데, 언론에 회자되는 분들처럼 잘나지는 못하지만, 아주 평온하고 행복하게 말년을 사시는 분들을 보면, 곱게 늙어간다는 것은 지식이나 학벌의 문제가 아니라 지혜와 욕심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상 사람의 지식은, 20대 이후 사회생활로 인하여 전문분야로 집중되고, 다른 분야의 지식이 다소 정체되는 것은 먹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지만, 독서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사회생활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깨우쳐야 할 것인데, 나부터도 책을 잘 안 읽고, 이제는 남의 말도 잘 끊고 남의 글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지는 것을 뚜렷이 느낀다.
간혹 지하철 같은 곳에서 어르신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시거나 대폿집에서 언성을 높이시는 것, 요즘은 줄었지만, 나부터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할 때면 언성을 높이게 되는 것도, 결국은 타인의 말을 오래 들어주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나 지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그럴 때면 손가락 하나가 쇠창살이 되어 내 눈을 막고, 눈꺼풀 하나가 세상 전부를 덮어버려, 내 마음이 암흑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모세혈관이 막히고 눈도 어두워지고 몸도 불편해지기에, 보폭이 좁아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삐져나온 심술보를 집어넣게 마음이라도 부드러워질 수 없을까?
몸은 되돌릴 수 없겠지만, 마음만이라도 아이처럼 부드러워지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