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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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떡국]

여러분. 오늘 떡국 몇 그릇 드셨나요? 어릴 적엔 나이를 빨리 먹고 싶어 떡국을 두 그릇 세 그릇 먹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한 그릇이나 아니면 아예 먹고 싶지 않다. 정말 떡국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나이도 함께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는다고 할까? 도대체 떡국에 뭐가 들어있기에.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떡국에는 정말 나이가 들어있다. 떡국 한 그릇엔 사람이 나이를 먹어야 알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모두들 나이를 먹으면 늙어가니, 세상엔 재물과 명예 같은 다양한 명제가 있어도 젊음과 늙음만큼 큰 명제는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젊음과 늙음은 우리 모두의 당면 현실일 뿐 아니라, 좀 더 확장하면 결국 삶과 죽음까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젊음은 힘과 정열을 표상으로 하여 세상을 변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면, 늙음은 만족과 겸손을 표상으로 하여 대자연에 순응하고 안정을 도모하는 제동기라 할 것인데, 세월은 그 둘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돌아가고, 떡국에는 그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소고기를 우려낸 국물에는 대초원을 누비던 들소의 힘이 들어있고, 얇게 잘린 가래떡 하나하나엔 노랗게 고개 숙인 벼의 겸손이 들어있고, 거기다 마지막으로 뿌려지는 잘 발효된 간장에는 저 둘을 조화시키는 세월의 지혜가 들어있다.

떡국을 먹으면서 그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본다면 헛나이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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