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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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06:46
나도 이제 결혼생활이 벌써 25년이 지났다.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흔한 것이나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공기나 흙, 물같이 흔한 것들은 세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기본 물질일 뿐 아니라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정할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토록 아름다울 것 같던 결혼생활도 10년쯤 지나니 결혼반지와 예물을 다 잃어버리고, 결혼생활 20년이 지나니 결혼기념일도 가물가물하고, 이제는 생일조차 어머니께서 알려주시거나 뒤늦게 알게 되어 가끔 구박을 받고, 생일 선물도 꿍쳐놓은 상품권 한 장으로 때우기 일쑤다.
그런데 재작년 겨울, 집사람이 갑자기 반지를 하나 사 달란다. 그냥 평범한 일상에서 집사람의 뜬금없는 반지 타령에 오래전 주식 실패로 별로 해 준 것이 없다 보니 항상 죄스런 마음에,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생각해보니 반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금 반지의 의미를 생각하니 너무나 고마웠다. 정말 제대로 해 준 것 하나 없었는데 반지 하나 사 달라는 말은, 마치 김춘수의 꽃처럼 나에게 남편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같은 너무 고마운 말이라 다이아 반지라도 사주고 싶지만, 검소한 집사람 성격에 안 받을 것 같아서 내 비상금 털어 금반지를 하나 선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