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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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악몽

[악몽]

사람은 누구나 재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재수가 99%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면? 사람은 누구나 욕실에서 한 번 미끄러져 보거나 문지방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얼마 전 평소처럼 계단을 뛰어 올라가다가 계단 끝을 잘못 밟아 앞으로 고꾸라져 크게 다칠 뻔한 적이 있었다.

간혹 넘어져서 다치거나 입원하는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날 엄청 운이 좋은 것이었다. 만약 내가 정말 재수가 없었다면 욕실에서 미끄러졌을 때 세면기나 바닥에 머리나 뼈를 찧어 다친다든지, 문지방에 발가락이 부러지거나 계단에서 앞으로 고꾸라져 얼굴을 갈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가끔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다 보면 버스가 조금 빨리 가버리는 경우가 있고, 기사님이 내가 달려오는 것을 보면서도 그냥 가버릴 때도 있고, 그러다 지각을 할 경우도 생기고, 마침 그날이 출근 점검을 하는 날이라면 잘못 걸려 시말서를 쓸 수도 있고, 화난 마음에 사표를 던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참을성도 있고 자제력이 있기에 저렇게 극한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저런 일들은 전부 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을, 계단에 손을 짚은 후 일어서면서 깨달았다. 내 근력이 예전 같지 않았기에 계단 끝을 밟아 미끄러지거나 욕조에 걸려 넘어진 것이고, 내가 너무 빠듯하게 출근하다 보니 차를 놓치고 지각한 것이었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변하든 신경 쓰지 않고 변함없이 흘러가니, 내가 약화된 근력을 키우거나 이제는 여유 있게 좀 천천히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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