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있기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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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07:45
봄은 정말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게 하고 가슴 설레게 할까? 봄은 정말 어떤 계절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계절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할까?
어쩌면 봄은, 황량하던 벌판을 아름다운 꽃과 나비로 채워주고, 얼어붙어 있던 땅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 넣어 녹이는, 신비한 마법의 계절이기 때문일까? 그러한 자연의 조화가, 마치 절망과 고통의 삶을 희망과 환희의 순간으로 바꾸고, 기약 없이 떠나간 님조차 돌아오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하기 때문일까?
겨울이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우리가 참아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힘든 계절 다음에 찾아오는 가장 살기 좋은 계절, 가장 아름다운 계절,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 우리 젊은 날 아름다운 님과 같은 봄이 곧 올 것이기에, 우리는 혹한의 계절을 기꺼이 참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가정을 해 본다. 세상이 마치 빙하기에 돌입한 것처럼 봄이 오지 않고, 1년 내내 매일 눈보라가 몰아치고 온 땅이 꽁꽁 얼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다시는 봄바람이 불지 않고 촉촉한 봄비가 오지 않고 꽃이 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빙하기가 와도 낮에는 희미하나마 해가 있어 날이 밝아질 것이기에 인류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생명을 유지해 가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질 것인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절망에 빠져 신음할 것인가!
봄에 다시 오겠다며 장렬하게 꽃잎을 떨군 아름다운 꽃들은 어찌할 것이며, 봄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믿고 겨울잠에 든 생명들은 또 어찌하란 말인가? 봄이 오면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떠나간 님은 또 어쩌란 말인가? 세상 모든 겨울의 뒤에는 반드시 봄이 오기에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견디며 오늘도 고난의 계절을 무용담 삼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