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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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06:15
내 어머니께서는 약 20여 년 전 머리가 많이 아프셔서 사진을 찍어 보신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께서 머리 반쪽이 하얗게 되어 있어 훗날 치매가 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항상 머리를 걱정하셨다. 그때는 내가 아마 서울에서 취업을 위해 발버둥 칠 때였기에 함께 못 가 어머니 상태를 몰랐지만, 어머니는 비 오는 날 두통이 나면 종종 그 얘기를 하셨다.
그런데 얼마 전 80이 되신 어머니께서 머리가 아프다 하시기에 함께 병원에 가서 CT를 찍었다. 잠시 기다렸다 선생님을 만나 직접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머리 사진에서 검은 부위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하얀 부분이 보였으며,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정상이며 노화로 뇌가 조금 줄었지만 막힌 부분도 없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당시 머리가 아프니 지레짐작으로 하얗게 된 부분이 잘못된 부분이라 판단하시어, 비 오는 날 머리가 아플 때마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하신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이상 없다는 말을 들으시는 순간 얼굴이 환해지신다. 동시에 어머니께서 머리를 싸매고 신음을 참으실 때 멀뚱히 보고만 있었던 내가 죄스러워진다.
내 아무리 자연치유를 최고라 생각한다 해도 저리 간단히 치유될 것을. 어머니께서 최근 무릎이 안 좋아 걷기 불편해하셔 무릎 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을 자주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감기몸살 두통으로 앓아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플라시보도 자연치유의 일종이라 말한다면 사람들이 억지라고 뭐라 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