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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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당신

[위대한 당신]

사람이 태어날 때 수억 마리의 정자 중 하나가 난자와 결합하여 태어나기에, 엄청난 경쟁을 뚫고 태어났다고들 얘기한다. 그렇다. 정말 우린 삶의 과정에서 겪을 그 어떤 경쟁보다 더 엄청난 경쟁을 뚫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엄청난 과정이 있다.

자그마한 생명체가 착상된 후 10개월을 살던 엄마 뱃속이라는 공간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제공되는 안락한 공간이다. 탯줄을 통해 언제든지 양식을 공급받고, 비바람도 없고 아무런 고민도 없는 세상, 완벽한 경비업체로 보호되는 꿈의 주거 공간에서 보호받아 오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그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관문은 손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아주 좁아, 나가려면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리는 고통을 참아야 하고, 그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억지로 나가다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르고, 밖에서는 온갖 소리가 메아리치고 듣도 보도 못한 욕설까지 들려오는데, 새로운 세상이 지금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고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연약한 생명체가, 목숨을 담보로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암흑의 동굴을 헤쳐 나온 것이다. 우리는 출산의 고통을 최고로 치지만, 산모가 골반뼈를 늘리는 고통만큼 아기도 머리뼈와 어깨뼈를 으스러뜨리는 고통을 참으며 세상에 나온 것이다.

어쩌면 태어난다는 것은, 남겨질 자들의 고통만 아니라면, 죽음보다 더 고통이 크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져도 그토록 위대한 업적을 허무하게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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