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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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수선화]

겨울 눈 속에 핀 꽃 중에 수선화만큼 아름다운 꽃이 또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본 꽃 중에서는 단연코 수선화가 최고였다. 그런데 수선화에게는 하나의 아픔이 있다.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 줄기가 분열하여 번식하기에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재배할 땐 둥근 땅속 줄기를 나누어 심어 개체 수를 늘린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수선화에게 그런 아픔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쨌든 복수초나 동백 등 눈 속에 피는 꽃이 제법 있지만, 눈 속에 피는 꽃 하면 나에게 수선화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몇 해 전 가족과 함께 어떤 농장을 방문하였을 때 본, 눈 속에 핀 수선화의 아름다운 자태가 아직 눈에 선하기 때문이리라.

저 연약한 수선화가 사람도 얼려버릴 듯한 폭설을 뚫고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아마 그 수선화는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도 두려움 없이 몸을 흔들며 중심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바로 섰을 것이다. 온 세상을 다 덮어버릴 듯 밤새워 내리는 눈보라를 뚫고 밤하늘 별을 보기 위해 얼굴을 치켜들었을 것이다.

밤새 그토록 퍼붓던 폭설을 이겨내고 새벽녘 하늘을 보는데,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어렴풋이 동쪽 하늘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별, 태양이 티 없이 맑은 얼굴로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짓고, 그 웃음에 그동안의 고난이 꿈결처럼 모두 사라진 수선화가 도도하리만치 아름다운 자태로 나를 맞이하니, 진정 나르키소스 신화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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