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봄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들풀의 봄

[들풀의 봄]

억새나 갈대는 주로 바람이 많이 부는 강가나 산 능선, 언덕이나 들판에 많이 있다. 그런 곳은 나무도 별로 없어 딱히 바람을 막아줄 만한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들판에는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분다.

그런데 들풀들은 바람막이 하나 없이도 그 오랜 세월 억센 비바람을 이겨내며 살아오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생명들인가! 어쩌면 그들은 바람에 맞부딪쳐 바람을 이겨내며 살아왔기에 바람의 흐름을 알고 세상의 흐름을 아는지 모른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들판은 그야말로 집채만 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절벽 같은 곳인데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몸을 흔들어 바람을 흘리고 중심을 잡으니, 파도에 깎여 침식되는 절벽과 달리 그들은 오히려 더 강해진다.

한겨울 세상을 얼리는 칼바람에도 한 올의 물줄기를 끝끝내 지켜냈으니 이제 곧 봄이 올 것이다. 따듯한 햇살에 얼음이 녹고, 포근한 바람이 불어 말라버린 줄기에 생기가 돌고, 황량한 벌판에도 새싹이 돋아 파릇파릇 올라오고, 온갖 풀꽃들이 알록달록할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겨울을 모르기에 봄을 못 느끼겠지만, 우리는 들풀과 함께 이 혹독한 계절을 견디어 냈기에 스치는 바람에도 봄을 느끼고 다가올 오일장엔 화려한 봄옷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고, 알록달록한 몸빼가 온 산과 들을 수놓으며 봄을 만끽할 것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