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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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06:50
매화와 벚꽃, 벚꽃과 매화. 월드컵 한일전만큼이나 봄꽃의 대명사요 커다란 화두다. 요즘은 동네마다 벚꽃이 많이 심어져, 봄 되면 하얗게 흐드러진 꽃길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매화는 벚꽃에 묻혀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고 알아보기 어렵다.
사실, 나도 시를 쓰기 전에는 매화와 벚꽃을 구분할 줄 몰랐다. 매화는 꽃 모양부터 나무의 크기 등 형태가 다르지만, 대체로 매화가 벚꽃보다 작고 단단한 면이 있다고 보면 되고, 벚꽃보다 꽃이 조금 일찍 피니 3월 초면 거의 개화를 한다.
특히 꽃이 피는 형태를 보면, 벚꽃은 가지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흐드러지게 헤프게 피는 반면, 매화는 하나하나의 가지에서 망울망울 옹골차게 꽃이 피니, 선명한 선이 느껴지는 단아한 모습과 그 기품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매화는 벚꽃처럼 계절의 눈치를 보다 봄이 완연해져야 피는 것이 아니라, 찬바람이 불어도 2월 중순이면 꽃망울을 맺어 꽃을 피우고, 밤바람을 맞으며 달빛 아래서 흔들리지 않고 찬연하게 빛을 발하니, 옛 선비들의 심금을 울릴 만하다 할 것이다.
동네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벚꽃으로 꽃길을 만들더라도, 근처 어딘가 드문드문 찬바람 속에서 조용히 향기를 뿜으며 고고하게 꽃을 피워내는 매화가 있을 것이니, 벚꽃이 피기 전에 얼른 가서 매화의 기품을 느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