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삼겹살

[삼겹살]

가족과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 언제나 집게를 잡고 삼겹살을 굽는 사람은 나다. 어느 자리에서든 집게를 잡고 삼겹살을 구울 때는, 태우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잘 굽는 게 관건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육즙이 빠져나간다느니 하면서 태클을 걸기도 하지만, 가족들 중에서는 내게 태클 거는 사람은 우리 어머니뿐이다.

사실, 삼겹살을 맛있게 굽는 것이 쉽게 보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그리고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은 삼겹살을 잘 못 굽는다고 내 장담한다. 왜냐하면 삼겹살을 혼자 구워 먹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고 무슨 맛이 있겠는가? 그리고 혼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면, 대충 후다닥 구워 먹고 말지, 맛있게 구울 방법까지 연구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어야 그녀가 먹기 좋게 잘 구워줄 방법을 생각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최대한 태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먹기 좋게 자르는 방법까지 연구하니, 삼겹살 굽는 실력은 연애할 때 기초가 닦이고, 결혼과 동시에 슬럼프를 겪다가, 애들이 태어나면 다시 발전을 시작하여, 애들의 성장과 함께 완숙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후배들과 삼겹살을 먹다, 누군가 삼겹살에 관한 시를 한 번 지어보라 하여 고심하다, 접시에 담긴 삼겹살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꽃으로 표현해 보았다. 오늘 삼겹살 데이를 맞아 내가 저 돼지를 구제해줄 능력이 되지 않는 한, 한 점 태우지 않고 맛있게 구워 먹어주는 것이 돼지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삼겹살 꽃을 꺾어보련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