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대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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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 대한 보상

[역경에 대한 보상]

오래전 어머니께 겨울이 추워야 시금치가 단맛이 나고 제대로 맛이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막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후배를 만나 얘기를 하다 보니, 정말 시금치나 농작물들이 겨울이 추워야 맛이 들어 제대로 된 맛을 낸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겨울이 추워야 맛이 든다는 것은,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노지에서 키울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얼마 전 인터넷에서 검색한 노지의 시금치 사진을 보니, 서리를 맞아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어,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보기 좋은 시금치와는 달리, 상품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그 맛과 향이 비할 데 없이 좋다는 것이다.

그 노지의 시금치는, 눈이나 서리를 막아줄 지붕도 없는 들판에서 찬바람에 눈과 서리까지 맞으며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것이니, 자연은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단맛을 주고 제대로 된 풍미까지 챙겨준 것이다. 어쩌면 매화가 벚꽃보다 훨씬 선명한 아름다움에 향기가 강한 것도 찬바람을 이겨낸 것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역경에 대한 보상이란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라, 홀로 이 세상을 헤치며 성장하여 세상에 우뚝 선 사람이야말로 진정 저 매화와 같은 사람이라 할 것이니, 그런 사람은 수없이 많은 고난의 순간들을 당당하게 이겨내면서 그 과정을 몸에 새겨왔기에 굳이 그 상처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선명한 향이 그의 족적을 따라 진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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