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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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5:46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물방울, 순결한 매력과 건강, 젊음과 부귀의 상징. 인어의 눈물, 바다의 눈물 등. 진주는 보석 중에서 유일하게 가공하지 않고 그 형태 그대로 사용되는데, 탄생과정이나 아름다움 때문에, 예로부터 신비한 보석으로 별칭이 많았다.
조개는, 모래나 기생물 등이 몸 안에 들어오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체액을 분비하고, 그 체액이 이물질을 감싸며 조직을 만드는데, 그것이 성장하여 진주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진주는 조개의 피눈물이 보석으로 승화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개는, 빛도 잘 안 들어오는 차가운 물 속에서, 진주를 만들기 위해 짠 바닷물을 마시고, 수천, 수만 번에 걸쳐 먹이에 묻은 모래를 개의치 않고 먹으며, 자신의 폐부를 찌르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영롱한 진주를 생산해 낸 것이다.
나는 조개가 왜 모래 같은 이물질을 먹었는지는 모른다. 빛이 들지 않는 어둠 때문인지, 생체적 결함 때문인지, 차가운 바닷속 환경 때문인지 모른다. 다만, 어떤 이유든 간에 그는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돌이 씹히는 식사를 하면서도 돌을 걸러내지 않고, 그 고통과 역경을 참아내면서 그 돌조차 아름답게 승화시켜낸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 몸의 사리는 진주가 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