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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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 06:59
요즘은 카메라 기술이 워낙 발달하여, 꽃이 피는 모습을 촬영하여 실제 꽃이 피는 것처럼 재생이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실제 꽃이 피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까? 정말 지극정성으로 꽃을 키우는 농부야, 밤새도록 꽃을 지켜보다 보면 꽃이 개화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몽오리가 펴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진정 꽃이 피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탄생하는 것처럼 오묘한 것이지만, 그 꽃을 피워내는 나무의 속사정은 어떨까? 나무도 어린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을 테니 성년이 될 때까지 자신을 키운 후, 아름다운 세상의 계승을 위해 예쁜 봉오리를 만들어, 비바람을 견디며 소중하게 키우다 어느 날 봉오리를 터트릴 것이다.
그 봉오리를 터트리는 일은, 자신의 여리디여린 꽃잎을 비바람 몰아치는 세상에 홀로 내보내는 것이니, 마침 개화한 날 날씨가 안 좋아 꽃잎이 상할까 노심초사하면서, 몇 날 며칠 밤잠을 설치며 온 힘을 다하여 비바람을 예측하다, 그중 가장 좋은 날 비바람이 잦아들어 미풍마저 잠든 고요한 새벽, 아무도 모르게 살짝 터트릴 것이다.
봉오리가 터지는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정지되고 꽃잎이 파르르 떨리면서 아름답게 펼쳐지니, 품고 있던 향기가 빅뱅의 순간처럼 폭발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휘감는다. 숲의 아름답고 경사스러운 날 제 역할을 멋지게 해낸 그 순간 꽃에 이슬이 맺히는 것은, 꽃이 얼마 못 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