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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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진눈깨비]

춘삼월에 눈이 내린다. 아니 비와 함께 내리니 눈이라 할 수도 없고 진눈깨비라 불러야 할까? 비라면 처음부터 우산을 쓰면 되고 눈이라면 우산이 필요 없을 터인데, 이렇게 헷갈리게 내리니 우산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직도 여자 마음을 잘 모르지만, 우리 젊은 시절엔 정말 여자 마음을 몰랐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마음은 더더욱 종잡을 수 없으니, 오죽하면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 했겠는가. 특히, 나처럼 순진한 청년은 더욱 그랬으리라.

세월이 흘러도 어딘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 모를 종잡을 수 없는 그대 마음은, 여전히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두 갈래로 내리고, 아직도 그대의 기분 변화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나의 마음은 우산을 쓸지 말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인의 마음이 초봄에 내리는 진눈깨비처럼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 하더라도, 이제 지천명을 훌쩍 넘어 메말라버린 가슴까지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일까 아니면 핑계일까?

이 진눈깨비가 다 녹아 흘러가 버리고 나면, 오랜 세월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던 낙엽 한 장도 바싹 말라 흔적조차 없어질 것이니, 아마 그 모든 것이 그대 마음이라기보다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요, 내 술 핑계이리라.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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