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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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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벌과 나비가 온 들판을 헤집으며 온갖 기화요초를 희롱하고, 향기를 퍼트리며 수정을 하고, 늙어 식어버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온 세상이 봄바람에 들썩이고 그로 인해 세상은 한층 아름답게 성장한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모든 생명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봄이었지만 뒤늦은 겨울의 심술로 아직 봄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 그런 차에 문득 봄이 태동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득 불어온 바람에 실린 봄의 향기가 나를 혼미하게 만든다.

봄은, 산과 들에서 얼음을 녹여 계곡으로 하여금 졸졸졸졸 하모니카를 불게 하고, 산새들로 하여금 뾰로롱 뾰로롱 노래를 부르게 하고, 지천으로 기화요초를 터트려 화려하게 장식하고, 화사한 향수를 뿌려 자신의 왕림을 알리는데,

반갑게 맞아야 할 우리가 코로나에 이은 불황에 붙잡혀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누구도 기꺼이 달려 나가 봄을 맞이하지 않고, 마음껏 봄을 만끽하지 못하니 그들도 흥이 나지 않는지 사진 속의 봄처럼 향기가 나지 않는다.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벌과 나비가 온 들판을 헤집으며 온갖 기화요초를 희롱하고, 향기를 퍼트리며 수정을 하고, 늙어 식어버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온 세상이 봄바람에 들썩여야 세상이 아름답게 성장을 하는 법이다.

벌들이 사라졌다는 기사에 경제 위기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고 바람을 따라 알록달록 봄 치마 날리는 것을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느 해 그 벌처럼, 수많은 벌들이 깨어나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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