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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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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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몇 해 전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아주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가자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지쳐갔다. 당시 다들 팬데믹으로 힘든 가운데, 나는 좀 즐거운 팬데믹을 설정해 보았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좀 실없기도 하고 아기를 좋아해, 아기들을 보면 표정을 험악하게 지어 좀 놀리기도 하고 애들을 얼루기를 좋아하는데, 덩치가 크고 인상 험악한 분들은 절대 따라 하지 마시기 바란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좀 유약하고 순하게 보이기에, 내가 애들한테 으르릉대면 아기 엄마들이 인상을 쓰는 경우는 드물었고, 내가 아기들과 으르릉대면 아기들이 까르르르 웃는데, 그런 아기를 보면 아기 엄마도 씨익 웃는다.

아기를 울리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자신의 아기를 웃게 해 주는데 인상 쓸 엄마는 없으므로 대부분 웃는데, 그러면 나도 신이나 웃으며 또 아기에게 으르릉하게 되고, 옆에 있던 엄한 아줌마도 웃게 되고 그렇게 웃음이 조금씩 번져 간다.

그런데, 그런 장소엔 반드시 우락부락한 털보 아저씨가 있고, 그 털보는 팔짱을 끼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냉소를 날린다. 그래도 나는 주변의 호응에 힘입어 아기랑 으르릉대며 싸우는데, 그 털보도 아기를 쳐다보고는 결국 웃게 된다. 아기의 천진한 웃음이야말로 이 험악한 세상의 백신일 것이니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대유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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