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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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목련꽃]

내 청춘은 너무 짧았다. 화려하던 봄날은 한순간 쏟아진 장대비에 쓸려가 버리고 긴 장마에 들어섰다. 그 눅눅한 장마 속에서 나는, 긴 시간 곰팡이와 싸우며 마침내 햇빛을 받아들여 열매를 맺고 잘 익혀가고 있다.

세상에 비바람을 맞지 않고 태풍에 휩쓸려보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으랴만, 나의 청춘은 마치 저 목련꽃처럼 유난히 짧았다. 그 짧은 순간을 뒤로하고 머언 세월을 돌아 그날의 별빛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저 나무들도 1년 365일 중 꽃이 피어있는 시기는 열흘 남짓이니, 나의 청춘이 그리 길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거나 투정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몇십 년 만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 대나무도 있지 않는가.

저 나무들도 찰나 지간 꽃을 피웠을 뿐, 대부분의 시간은 비바람을 견디며 뿌리부터 온몸으로 물을 움켜잡아 양분을 흡수하고, 태풍 같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굳건히 하고 몸을 바로 세우고 열매를 키워온 것이다.

어느 찬바람 부는 날, 열매를 떨구는 고통 속에서도 씨를 뿌렸다는 기꺼운 마음으로 기나긴 혹한의 추위를 견딘 후 다시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끝끝내 목련이 꽃을 피운 날 비가 내리는 것은, 하늘이 시기할 정도로 목련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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