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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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06:33
간혹 길가다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에 풀이나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아기 같은 노란 얼굴의 민들레가 피어있거나, 아니면 간혹 핑크빛이나 하얀색의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다. 모두 풀꽃들이다.
내가 꽃을 잘 몰라서 이름을 모르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곳에는 장미나 백합은 없다. 그런데 그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자세히 보면 정말 귀엽고 아름답다. 척박한 땅에서 피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작기에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저 꽃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도로 한가운데 홀로 버려져서도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어쩌면 저 꽃들도, 도심 어딘가에 옥토가 있고 양분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날아와, 그중 가장 적합한 환경을 골랐을지 모른다.
저기다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려는데, 바람은 세차게 불고 머리 위로 거인들이 쿵쿵 걸어 다니고, 커다란 바퀴들이 짓이길 듯 굴러다닌다. 풀꽃은 그런 곳에서도 한 점 주눅 들지 않고 노랗고 하얗게 아름답게 피어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순간 거인의 무심한 발길질에 짓이겨지거나, 눈먼 바퀴에 찢겨 나갈지라도, 한 점 주눅 들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고 고고하기까지 여겨지는 풀꽃. 장미와 백합은 아파트 정원을 밝히지만, 그는 삶에 지쳐 고개 숙인 나에게 희망을 주고, 이 황량한 도시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