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
동안
0
241
2024.04.17 06:38
우중충한 날에는 빈대떡이 최고다. 사람 심리가 술 핑계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옛님이 생각나는 것인지 모르지만, 날씨가 우중충한 날에는 빈대떡집이 절로 생각난다. 그래선지 비 오는 날에는 동네 빈대떡집이 초저녁부터 꽉 찬다.
이젠 세월이 오래되니 사실 옛님도 가물가물하고, 그냥 가을 되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저 그렇다. 이젠 그 사람에 대한 생각도 그리 가슴을 아리게 하지는 않는다. 그냥 비가 오면 습관처럼 사람이 그립고 막걸리가 땡기는 것이다.
이렇게 우중충한 날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다 안 잡히면 아쉬워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집사람이 김치전을 구울 때가 있다. 집사람은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맥주 반 캔이나 막걸리 2잔 정도는 마실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집사람의 김치전 실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예전에 아파트 탁구장에 집사람의 김치전을 10장 정도 구워 간 적이 있는데, 인기 폭발이었을 정도로 맛이 있다. 야외에서 운동하고 먹는데 맛없는 게 어디 있냐 하면 할 말은 없다.
우리 부산에서는 빈대떡보다는 파전이나 정구지전, 김치전을 더 자주 해 먹는다. 그것은 재료의 접근성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우리 집사람의 김치전이 최고다. 아니 이젠 빈대떡보단 김치전이 더 좋다. 우중충한 날, 간혹 집사람의 김치전 구울까요? 란 말은, 내게 연인의 데이트 신청만큼이나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