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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 2021년 코로나 시대 풍경

봄이 와도 내 살던 반지하에는 햇볕이 들지 않았다. 사실 부산에는 반지하 주택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옛날부터 부산에는 산을 깎아 만든 달동네가 많았고, 따닥따닥 붙어있었기에 햇빛은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반지하는 많지 않았다.

대신, 평지에도 주인집 옆에 방 하나와 부엌 하나, 다락방 하나로 구성된 월셋집이 아주 많았다. 그런 동네는 기본 서너 가구에 많게는 십여 가구가 한집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서로에 대하여 너무 잘 알고 인정이 많았다.

그런데 부산에서도 잘 보지 못하던 반지하 방을,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서 보았다. 약 30년 전 서울에 직장을 잡은 친구의 자취방에 놀러 가보니, 서울에는 달동네가 아닌 평지 단독주택지에도, 대부분 반지하 방이 하나씩 있어 월세를 받고 있었다.

그런 반지하 방은 홍수가 나면 큰 피해를 보기도 하고 변을 당할 수 있기에, 통상 여름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는 편히 자기 어렵다. 그런데 어렵사리 겨울까지 잘 나고, 봄이 와서 밖에 햇살이 포근해도, 반지하 건물은 여전히 춥다.

아마 햇빛에 건물이 데워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것 같은데, 밖은 완연한 봄 날씨에 반팔까지 입고 다니지만, 반지하 건물 안에는 냉기가 그대로 남아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코로나가 닥친 지금 상황이 마치 그 시절처럼, 봄이 와도 마스크 세상 안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 하늘은 언제쯤에나 이 장막을 걷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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