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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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앞니

[벌어진 앞니]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아귀찜을 먹다, 급하게 먹느라 앞니로 쇠젓가락을 씹어버렸다. 갑자기 밀려온 엄청난 고통에 당황해하면서, 나이 들어 부실해진 치아구조를 염려했음에도 왜 조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나이를 먹으면 다 부실해지지만, 특히 이빨은 그 효용성뿐 아니라, 새로 해 넣을 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이빨을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관리하지만, 앞니가 조금 틀어져 있는 부분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모든 상처에는 이유가 있는 법인데, 사실 그 틈은 아주 오래전 20대 초, 내 가장 아픈 사람에게 밥을 얻어먹을 때, 쇠젓가락마저 씹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씩씩하게 먹다, 쇠젓가락을 이빨로 아주 세게 씹어버려 생긴 것이다.

당시 나로선 피가 날 정도로 아팠지만 그리 표를 안 냈기에 그녀가 그 사실을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해가 갈수록 부실해지는 이빨에 가끔 앞니로 뭔가를 뜯어먹어야 할 때마다 조심하게 된다.

물론 그 사실을 집사람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이 나이에 교정까지 할 생각은 없기에 그냥 지낸다. 굳이 추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귀찮은 걸 싫어하고 병원은 더더욱 싫어하는 데다,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집사람 몰래 그 아픔을 느껴보는 것도 괜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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