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든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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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저울

[철든 저울]

점심 먹고 산책을 하던 중, 누군가 오십이 되니까 꽃이 보인다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나는 사실 젊을 적에는 꽃을 몰랐다. 꽃은 그냥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하는 정도로만 생각하였다.

꽃을 누가 어떻게 기르고, 어떻게 판매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꽃과 나무가 어떻게 씨를 뿌리고 성장하여 다시 씨를 뿌리고 순환하는지, 꽃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과 꽃을 파는 사람의 마음, 꽃을 사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를 거의 몰랐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두 꽃이나 나무일 수 있고, 우리가 꽃과 나무를 키워 들판에 내놓거나 누군가의 정원으로 보내면, 꽃이 지고 낙엽이 지면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겨울을 돌아 다시 순환한다는 것을, 내가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가장 흔한 것들과 평범한 진리들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지를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몇 해 전 코로나의 습격을 받으면서, 우리가 햇빛 아래서 숨을 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고,

공기나 물, 흙처럼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들이, 바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며, 꽃이나 나무 하나하나가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에만 반응하던 내 저울이 이제야 정밀해져 아주 작은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정말 내가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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