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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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06:04
밤에 잠을 잘 자는 것만큼 보약이 없는데, 사람들이 요즘 불면증이 많아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나 노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다 보니 수면유도제나 수면제를 찾는 사람도 늘고,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유튜브에도 수면 음악 같은 것의 조회수가 엄청나다.
나도 몇 해 전, 불면증이 생기는 바람에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불면증을 극복했지만, 그때는 정말 괴로웠다. 특별히 무슨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전에 피우던 담배를 끊으면서 생활리듬이 바뀐 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엔 잠자리에 드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밤새 베개가 고생이다. 집사람에게 방해가 안 되도록 작은방으로 이사를 가,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베개를 짓이기니 베개도 엄청 괴로웠을 것이다.
그 옛날 철없던 어린 시절 엄마 무릎에 머리만 대면 세상모른 채 잠이 들곤 했었는데, 이젠 아무리 푹신한 베개가 있어도 그렇게 쉽게 잠들지 못한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엄마 무릎에는 동화 같은 어떤 오묘한 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집사람이 집이 번쩍일 정도로 부지런하진 않지만 집안일에 성실한 편인데, 우리 엄마는 무릎이 아파도 최근까지 집에만 오시면 밥을 하고 빨래도 하시면서 베개피를 빨고 베갯속을 베란다에 너셨다. 나는 아직도 엄마에겐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