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미소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풀꽃의 미소

[풀꽃의 미소]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고, 자신의 주변에 너무 흔한 것들이나, 남들이 그토록 바라는 평온한 일상이나, 어떤 이가 그토록 보기 원했던 아침 햇살의 소중함을, 우리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사람은 떠나기 전에는 사랑의 절실함을 모르고, 타인이 자신에게 베푼 희생과 배려는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남에게 준 것들은 너무나 잘 기억하고, 뭔가 특이한 것 또는 간혹 벌어지는 소란이나 고통은 잘 기억한다.

그것은 아마 차량 블랙박스의 효율과 같은 우리 뇌의 본능적 선택이겠지만, 사실은 특이한 것들보다 주변에 너무 흔한 공기나 흙, 물이 훨씬 더 소중하고, 소란이나 고통보다 일상의 즐겁고 기쁜 일들, 누군가의 사랑과 배려가 정말 기억해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 세상에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와 희생이, 미움이나 욕심, 고통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와 희생이 일상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많기에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산과 들, 도시의 길들을 걷고 있지만, 산과 들, 도시의 길가에서, 수없이 많은 풀꽃들이 우리를 향해 웃고 있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마를 식히는 한줄기 바람에 잠시 멈춰 돌아보기 전에는.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