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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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별

[아픈 이별]

혹한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과 들, 도시 곳곳에서 그 고통의 계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봄이 오면 그대를 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 한줄기 희망에 꽁꽁 언 얼음을 견디고, 차가운 땅속에서도 생명줄을 놓지 않았다.

최근 몇 년은 난생처음 보는 바이러스로 졸지에 그리 되었다 할지라도, 올해는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때 이른 찬바람을 견디며 싹을 틔워 파란색 치마로 갈아입은 후 움을 틔우고 망울을 맺어 얼굴에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님을 만난다는 희망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후 향수까지 뿌리고 길을 나섰는데 님을 볼 수가 없다. 자욱한 바이러스에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조차 없게 온몸을 칭칭 감고,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스치듯 가버리니 자랑도 못했다.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을 해도 님이 봐주지 않는다면 더 비참해지는 법. 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가버리고, 나는 너에게 주지 못한 꽃다발만 한 아름 들고서 네 뒷모습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동백은 나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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