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대화

[對話]

아이가 말을 배우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의 말을 듣는 것이다. 아기는, 아마 뱃속에서부터 가족들의 태교나, 엄마의 배를 통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따라 하면서, 말을 배우려 무진장 노력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말을 들으며, 무수히 많은 옹알이를 하면서 말을 익힌다.

아이는, 우리가 외국어를 습득하듯 기호를 통해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을 듣고 따라 함으로써 말을 배우는 것이다. 무엇을 배우든 잘 듣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말을 배우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귀로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귀가 먹으면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말과 대화를 배운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귀가 먹어 남의 말이 잘 안 들리는지 목소리가 커진다. 올바른 대화는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귀가 먹지 않았음에도 나이가 들면 여유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알 만큼 안다는 것인지, 상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레짐작으로 상대의 말을 끊어버린다.

대화중 남의 말을 자르는 것은 많이 아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수양이 깊고 겸손한가의 문제이다. 한자의 말씀 언(言)은, 사람이 입을 벌려 혀를 내민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고, 대화(對話)에는 혀 설(舌) 자가 들어 있어 대화 중 상대의 말을 잘라먹는 것은, 상대방의 자존심이 들어 있는, 하나밖에 없는 혀를 잘라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혀가 잘리면 누구나 아프고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난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