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망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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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망꽃

[희망꽃]

우리가 가끔 길을 가면서 고개를 숙이고 걷다 보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사이에 핀 꽃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예전엔 무심코 길을 걷다 보니 못 봤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젠 그런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작고 아름다운 꽃들이 어찌 그런 곳에서 꽃을 피웠는지 정말 신기하고 경이로울 지경이다. 석유찌꺼기의 혼합물로 만들어져 역겨운 냄새가 나는 아스팔트에 어찌 뿌리를 내렸는지, 보도블록 틈에는 또 어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는지 대견하다.

아마 저 꽃들도 처음에는 껍질에 쌓인 채, 가벼운 마음으로 바람을 타고 세상을 향해 날아올랐을 것이다. 자신도 꽃을 피울 것이라는 소망에, 이 삭막한 도심에도 옥토가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바람이 반드시 그곳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믿음에, 바람과 함께 날았을 것이다.

그 작은 씨앗들이 주변의 작은 생명들의 도움으로 그곳에 자리를 잡은 후, 거기에도 젖줄이 흐르고 양분이 있을 거란 희망, 거기서도 누군가 나를 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등, 다양한 색깔의 희망들을 노랗게 빨갛게 피어 올려, 퇴근길 지쳐 고개 숙이는 나에게 힘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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