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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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의 은혜

[산책길의 은혜]

어쩌면 세상은 여름 직전, 그러니까 늦봄이 가장 따뜻하고 살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초봄에는 꽃샘추위도 있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도 불지만, 오월 중순이 되면 찬 기운은 사라지고, 세상이 포근하면서도 신록이 선명해진다.

아침 산책길에는 강아지풀이 여전히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색깔의 이름 모를 풀꽃들이 향기를 내뿜으며 유혹을 하고, 덤불 속에서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맑고 고운 소리로 세상에 찌든 내 귀를 씻어주고,

산속에 완전히 들어서면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을 삼켜 신선한 공기로 바꾸어 토해내니, 산속엔 청량한 기운이 감돌고, 녹음은 더욱 짙어져 산속의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바뀌어, 보는 내 마음마저 맑고 청량하게 만든다.

몸의 때는 목욕탕에서 민다지만 마음의 때는 어디서 밀까 고민했더니, 신록 선명한 산이 곧 목욕탕이 된다. 험한 말 난무하는 세상에서, 내가 마치 한 마리의 꾀꼬리가 된 듯하니, 이런 마음에서는 내가 길가다 엄한 사람한테 한소리 거한 욕설을 들어도 아름다운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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