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짓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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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06:11
싸우는 소리, 그릇 깨지는 소리, 밥상 엎어버리는 소리, 욕하는 소리, 서로를 비난하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 서로 칭찬하는 소리, 살 씻는 소리, 밥 짓는 소리, 설거지하는 소리, 깨가 쏟아지는 소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집 안에서는, 가정이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간다.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듣기 거북한 소리도 있겠지만, 그 소리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 집의 생활이나 행복을 나타내 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옛날에 살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그러한 소리들이 너무 잘 퍼져나가기에,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누구네 아빠가 술 먹고 술주정을 하거나 자녀들을 혼내는 소리가, 온 동네를 떠나갈 듯 다 울려 퍼졌다.
요즘은 핵가족화 되고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알아도 왕래가 잘 없지만, 그래도 소리는 들린다. 아파트 안에서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아도, 아래층이나 윗집, 옆집의 사는 소리, 특히 싸우는 소리는 다 들린다.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행복한 소리도 잘 들리는데, 간혹 현관 앞에서 마주치는 옆집 가족의 얼굴에서 행복한 소리가 번져 나오고, 간혹 꽉 닫아 놓은 현관문 틈으로 구수한 된장국 소리나 밥 짓는 행복한 소리가 퍼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