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가득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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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가득한 세상

[기쁨 가득한 세상]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성적이지도 않고, 이타적이지도 않다.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우리가 겪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도 않고, 그 기억의 정도도 아주 선택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때로 왜곡되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 너무 많은 것을 똑같은 정도로 모두 기억한다면 우리 뇌의 용량에 무리가 가고, 그 활용을 위해 떠올리려 할 때, 컴퓨터처럼 속도가 느려지거나 렉이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생리적 시스템에 의한 것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기쁨과 사랑, 햇빛과 별빛, 바람과 비를 모두 나열해 본다면, 우리에게 시련을 주는 아픔과 미움, 그늘과 암흑, 태풍과 홍수보다 몇 백배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기쁨과 사랑, 햇빛과 별빛, 바람과 비는 너무 흔하고 소소한 반면, 실연의 고통이나 태풍과 홍수는, 단 한 번으로도 엄청난 시련을 주고 오랜 고통을 주므로, 수적으로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말을 할지 모르지만,

만약 세상에, 너무나 당연한 듯 존재하던 해와 별이 없고, 비와 바람이 없다면, 우리가 얼마나 엄청난 절망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겠는가. 해 하나만 없어도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죽을 것이고, 비가 없다면 목말라 죽을 것이고, 바람이 없다면 아무 변화가 없어 죽을 것이다.

최근에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가 나이를 더 먹어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고, 몸도 늙고 병들어 고통만 가득한 때가 온다면, 젊은 날의 아주 작은 사랑 하나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현실의 암담함이 사라지고 고통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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