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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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05:40
요즘은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장독이 없는 집도 많지만, 예전엔 집집마다 장독 몇 개씩은 있었고, 여러 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 공동 장독대가 있어 갖가지 종류의 장독들이 모여 구수한 이야기를 풍기곤 했었다.
장독은 도자기와는 달리, 질 좋은 황토 흙이 아니더라도 일반 찰흙에서 불순물을 걸러낸 후 그릇 형태를 만들어 햇빛에 말리고, 그 위에 잿물을 바르고 다시 말려 유약을 바르고 말린 후, 가마에 구우면 완성된다.
요즘은 중금속 유약을 사용하기도 하나, 예전에는 천연유약을 사용하였기에, 장독은 뚜껑 부위가 아니더라도 몸통으로도 공기가 통하여 숨을 쉰다고 표현하기까지 하였고, 그래서 장독 몸체에 벌이나 파리가 달라붙어 있기도 했었다.
산과 들의 흔한 흙덩이로 만들어진 장독은, 그렇게 숨을 쉬면서 오랜 세월 우리의 먹거리를 구수하게 보존해주고 그 집안의 음식 맛을 좌지우지했었는데, 그 역할이나 모습이 마치 우리 조상들 같기도 하고, 어머니 같기도 하다.
어머니께서 정정하실 땐 아파트 베란다에 장독이 몇 개나 있었고, 장독마다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것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점점 쇠약해지시니 어느새 장독에도 내용물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빈 장독이 하나 남아 있다. 밤에 불을 끄면 베란다에 있는 그 장독이 달빛을 받아 빛난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