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동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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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06:28
옥상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바람을 세는데, 하늘에서 비행기가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통상 비행기는, 아무 소리 없이 구름을 길게 늘이며 가는 비행기가 많은데, 저 비행기는 낮게 떠서 그런 것인지 엄청 시끄럽다.
일전에, 내가 달려오는 걸 보더니, 도망가듯 출발한 버스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가더니, 어제는 뒤에 뭔가를 실은 폭주족 청년의 검은 오토바이가, 나 잡아봐라 하며 놀리듯, 엄청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도망을 가 버렸다.
떠나가는 것들은 대부분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떠난다. 저 비행기는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저렇게 요란스럽게 떠나고, 버스도 매일 아침 순환하는 버스 중 하나일 뿐이고, 폭주족 오토바이도 나랑 아무 상관없는데 그렇게 요란하게 떠났다.
그런데 정작 나의 가장 화려해야 할 청춘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예고도 없이 가버리고, 첫사랑 그녀도 방학이 지나니 소리 소문 없이 가버렸다. 그래서 그 눈동자는 슬프다. 아니! 어쩌면, 가끔 청춘을 뒤돌아보는 나의 눈이 젖어 있고, 그 눈동자를 회상하는 나의 눈이 슬픈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