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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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

[감전]

사람들은 왜 비만 오면 감성적이 되면서, 옛사람을 그리워하고 옛사랑에 대한 노래를 부를까?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비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에 불과한데, 아무 관련 없는 옛사랑이 되어 사람을 흠뻑 젖게 하는가.

혹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 사람들의 간절한 그리움의 눈물이 뭉쳐져 만들어진 것일까? 그래서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차면 사람들의 가슴이 어느새 눅눅해지고, 비가 오면 차오르는 그리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일까?

아니면 혹 사람들의 추억의 조각들이 전도체인 것일까? 비가 오면 온 세상에 퍼져 있는 우리의 추억의 조각들이 빗물로 연결되어 우리를 감전시키고, 자연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면서 우리들 가슴에 사랑의 등불을 켜는 것일까?

비가 오면 스위치를 안 켜도 가슴속에서 누군가를 향한 전등이 켜지면서 눈이 멀어 사람들은 가슴으로 방향을 찾는다. 그것은 자연 현상을 넘어 초자연적 현상이다. 따라서 아무런 이유도 없고 차단할 방법이 없다.

젊은 날 그 사람을 보내고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눅눅해진 가슴속에서 외눈박이 가로등이 켜 진 것처럼 뿌옇게 불이 켜지고, 무작정 거리에 나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파묻히곤 했었다. 그 시절 빗물에는 차단기가 없었다. 알코올이 유일한 차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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