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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

[생화]

세상엔 언제나 바람이 불고, 우리는 항상 흔들리며 산다. 바람에는 미풍도 있고 강풍도 있고 태풍도 있겠지만, 어떠한 바람에도 유연하게 흔들리면서 바람을 이겨내고 바람과 함께 사는 자는 살아남고, 바람에 꺾이는 자는 죽는다.

바람 없는 세상이 죽은 세상이라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도 조화처럼 생명이 다한 자라 할 것이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 자체가 바람을 맞는 과정이니, 사람이 산다는 것은 매 순간순간 시련을 맞아 그 아픔을 견디며 흔들어 떨쳐내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어떠한 바람을 맞이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사람도, 알고 보면 속으론 흔들린다. 어쩌면 그는 들판의 오래된 나무처럼 바람의 이치를 알기에, 오히려 바람을 속으로 흡수하여 뿌리를 강화함으로써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세월의 흐름을 알기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만족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작아지고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이치를 깨달아,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기하거나 남과 다투지 않고 세월에 몸을 맡길 줄 안다.

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세상의 이치를 조금 알고 세월의 흐름도 알 나이가 되었으니, 욕심도 줄여가고 다툼과 시기 질투도 줄이고 있고, 부드럽게 살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나도 저 꽃잎처럼 흔들리다 바람에 날려가겠지만, 희미한 향기와 함께 나 아직 흔들리고 있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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