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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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01
나는 손이 작다. 덩치가 크지 않아서인지 손이 크지 않지만 씀씀이가 작다. 궁핍하게 자라다 보니, 어릴 때부터 절약이 몸에 배어서인지 커서도 잘 안 바뀐다. 아직도 남을 위해 한 턱 내는 게 잘 안되고, 술집에서 계산할 때면 눈치를 좀 본다.
변명 같지만, 내가 원래 무리한 투자를 하는 성격도 아닌데, 내 용돈을 갖고 뭔가를 하다 보니 항상 쓸 돈이 부족하다. 그러나 부족한 가운데서 남에게 베푸는 것이 진정으로 베푸는 것인데, 나는 태생적으로 손이 좀 작은 것 같다.
돈이 많으면 아무래도 좀 더 많이 베풀기도 하고 잘 쓰겠지만, 그것은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대기업 회장이 몇 백만 원 기부하는 것과, 빠듯한 월급쟁이가 몇 백만 원 기부하는 것은 그 가치가 다른 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남한테 잘 베풀지 못하기에, 나 자신에게도 잘 베풀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지만, 앞으로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남에게 베풀면서 아무도 모르게,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베풀어야지 다짐해 본다.
요즘엔 뜸하시지만, 우리 어머니는 며느리가 다 알아서 하는데도, 집에만 오시면 밥솥에 남은 밥을 덜고 밥을 한가득 해 놓으신다. 그러면서 가끔, 너희들은 밥을 해 먹고 사는지 물으시며 티를 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