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사람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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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05:40
나는 사실 어릴 적부터 유머란 걸 별로 몰랐고, 남을 웃기는 소질도 없었던 반면, 따지길 좋아하고 가끔 남에게 진심 어린 충고나 해대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별로 웃음도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항상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 계기는 어떤 사고 때문인데, 당시 나는 큰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되고 그 외 많은 곳을 다쳤다. 1년 넘게 병원 생활을 하면서, 눈 외에는 외관상 거의 회복이 되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정상이라 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몸 여러 곳에 장애가 생겼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기에 남들에게 약한 티를 낼 수도 없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매일 아침 등산을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고, 매일 웃기 시작했다.
내가 아프다고 얘기하면서 인상 쓴다고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니고, 내가 눈 한쪽이 안 보인다고 말한다 해서 스포츠에서 핸디를 잡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30년을 운동하며 웃으니, 사람들은 내게 그런 상처가 있었을 것이라 상상도 못 한다.
심지어 집사람에게 간혹, 내가 한눈에 반했다거나 한쪽 눈이 안 보인다고 말을 해도 믿지 않고 농담으로 듣는다. 이제는 내 나이 대를 상회하는 체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항상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 덕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만나는 사람들 마다 너무 인상이 좋다는 말들을 한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