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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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6:53
우리 동네 먹자골목에 빈대떡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은 평소에는 손님이 별로 없는데 비만 오면 손님이 꽉 찬다. 목 좋은 곳 1층이라 들어가 보지 않아도 내부가 훤히 보이는데 맑은 날은 손님이 없다 비 오는 날은 꽉 차 있다.
아마 비가 오면 사랑이 떠오른 것인지, 사람이 떠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술 핑계일까? 나도 가끔 퇴근길 비오면 집사람과 함께 그 빈대떡집을 가는데 최대한 일찍 가도 여섯시 반도 안 되어 손님이 꽉 차있다.
집사람과 함께 빈대떡과 해물파전을 시켜 산성막걸리랑 먹는데 비오는 날 그 집은 너무 시끄럽다. 무슨 할 말들이 그리 많은지, 또한, 목소리는 다들 왜 그리 큰지. 앞에 있는 집사람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럽다.
그 소란 속에서도 대충 들어보면 전부 전쟁 같은 살아가는 이야기들뿐이다. 달콤한 사랑얘기는 없다. 그러고 보니 결론이 나온다. 비오는 날 빈대떡집을 찾는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술 핑계였다. 오늘 나랑 함께 온 우리 집사람도 술 핑계로 온 것이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