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정식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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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07:34
처음에 글을 쓸 때만 해도 나는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내 시는 늙음을 한탄하거나 젊은 날의 후회, 늙은 꼰대의 잔소리 같은 시가 주된 내용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고, 사실 나의 시는 그런 면이 좀 있다.
그런데 시란 대부분이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간절한 희망이나 바램, 못 이룬 것에 대한 가정,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 타인이나 타인의 글을 통한 간접경험 등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그 영역이 조금 확장되고 있다.
이 나이에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이 나서는 안 되겠지만, 시를 통한 창작과 상상만으로 20대의 풋풋한 사랑 얘기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생각이 굳어 잘 안 된다. 그래도 가끔 사랑에 대한 시를 쓰는데 내가 봐도 좀 식상하다.
그 식상하고 관념적인 사랑과 이별을 나름의 방정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우리 젊은 날의 사랑은 통상, 얼굴에 대한 호감으로 시작되어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호흡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드러내지 못한 서로의 아픔까지 공감하면서 깊어간다.
서로의 아픔까지 공감하던 깊은 사랑이 이별을 하고 나면, 매년 겨울 그 사람의 얼굴이 눈발에 날리고, 숨결은 아련해지면서 희미해지지만, 그 모든 추억은 기억 속에 남아 가끔 비가 오면 아릿하게 가슴을 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