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동안
0
139
07.08 06:10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비가 내리면 좋지만, 장마가 들어 여러 날 비가 오면 그리 유쾌하진 않다. 우리 집은 동향에 제습기도 없으니, 아파트 안에도 눅눅해져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보일러를 켜 눅눅한 습기를 증발시키기도 한다.
장마철엔 비가 자주 내리니 신발이 항상 젖어 있어, 제대로 된 신발은 한 켤레뿐인 뚜벅이족은, 가끔 퇴근하면 선풍기에 신발부터 말린다. 그래도 그 옛날 연탄불에 신발을 말리다 태워 먹던 내 어린 시절보단 많이 나아졌다.
번거롭고 짜증 나는 장마철 어느 날,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부산 도심을 내려보는데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짝 비치니 갑자기 세상이 환해진다. 우중충한 장마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환하고 싱그러운 것이 마치 상쾌한 아침햇살처럼 화사하다.
햇살 한줄기가 열흘가량의 장마철 눅눅한 기운을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마치 우울한 일상을 단숨에 날려버리던 그 옛날 나를 보며 웃어주던 누군가의 환한 미소처럼.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지고 살림살이 팍팍해져도,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은 서로의 미소다.
웃음이 사라진 집과 직장은 장마에 푹 젖은 세상과 같지만, 가족 누군가의 미소, 이웃 누군가의 웃음, 직장 동료 누군가의 미소는 세상의 습기를 말리는 햇살과 같으니, 세상살이 힘들 때 그대의 웃음이 바로 한 줄기 햇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