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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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9 07:04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은 출퇴근이 좀 힘들고 귀찮다. 그래도 어쩌랴! 뚜벅이 셀러리맨의 숙명인 것을.
새벽부터 비가 내린 날은 산책도 못 나가고, 일찌감치 최대한 무사히 빗속을 해치며 출근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양말도 두툼한 것을 신고, 신발도 물이 잘 안 들어오는 것으로, 바지는 어차피 빨 것이니 며칠 입은 걸 그대로 입는다.
그래도 출근해서 온종일 찝찝하게 있을 순 없으므로, 최대한 뽀송뽀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커다란 장우산을 쓰고 가급적 물이 없는 곳을 밟아간다. 그런데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날은 도로가 장난이 아니다.
아스팔트 상태에 따라 흐르는 물에 주름이 지기도 하고, 바람까지 불면 도로에 고인 물도 파도를 친다. 게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엔 꼭 작은 웅덩이 같은 것이 있고, 그곳을 지나가는 승용차들은 마치 큰 강아지가 다리 들고 오줌을 싸듯 물을 갈기고 간다.
대중교통 25년 경력의 베테랑 셀러리맨은, 모든 장애물을 무사히 뚫고, 저 빗속을 해쳐왔을 것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모습으로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해 책상에 앉는데, 아뿔싸! 양말이 젖어 있다. 신발을 뚫고 들어온 것인지 바짓단을 타고 들어온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인생은 본의 아니게 젖을 때도 있고, 선풍기는 더울 때만 켜는 것이 아니다.